불도저를 탄 소녀라니…우선 남성성과 여성성을 결합한 이 제목은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부조화의 대표 개념으로 내세우기에 충분히 훌륭합니다. 제목이 맛집이네요.주인공 김혜윤 배우는 꽤 인기 있는 청소년을 연기합니다.예쁜 얼굴과 대비되는 험악한 문신을 하고 있는 것도 제목처럼 묘한 부조화가 느껴집니다.하지만 이 영화는 불도저를 탄 소녀가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억울함을 이겨내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부조리를 저지르며 선을 넘는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어딘가 신경 쓸 데도 없고 한 발짝 떨어져서 감상해야 할 영화구나 하면서요.억울한 죽음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하는 소녀 아버지의 캐릭터를 보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사람에게 더 호의를 베풀어 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어 일이 꼬이게 됩니다.약자와 강자의 대립이 아니라 베푸는 자와 더 베풀어 달라는 자의 대립부터 베풀어달라는 부탁의 이유가 아무리 처절하다고 해도 그 처절함이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할 정당성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남의 차를 훔쳐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것을 보고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선뜻 공감하지 못합니다.영화의 공식에서 약자=착함으로 표현되는 데 비해 약자도 나쁘고 약자가 요구하는 배려라는 것이 때로는 또 다른 폭력임을 표현하고 싶었을까요?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계속 보는 힘은 김혜윤 배우의 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영화 제목과 스토리가 그렇듯 선보이는 인상에 끈질긴 욕설 등 배역 캐릭터 자체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내는 노력을 보면 이런 청소년들이 실제로도 있을 것 같은 묘한 부조화가 느껴집니다.(한발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이런 부조화를 영화 전반에 깔아놓은 감독의 역량이 뛰어날지도 모릅니다.)영화 말미조차 어떤 노력도 없이 법 개정을 통해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이 지급되고 약 40억원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결론을 제시하는 부도저급 전후 없이 약간 허무해지는데요.(인생의 대부분은 운이 좌우될 수 있지만) 배달라이더를 하던 주인공이 통장의 돈을 확인하고 배달음식을 더 이상 배달할 것 같지 않은 장면에서 앞으로 이 소녀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만 듭니다.불도저로 눌러버리고 싶은 상황에서 불도저로 눌러버리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소녀가 깨닫고 각성하여 우연히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받게 되어 40억이라는 큰돈이 생겼는데 일단 자신이 받은 배달콜은 평소처럼 해내는 모습으로 영화가 끝났다면 보고 나서도 소녀의 앞날이 어색함으로 남지는 않았을 텐데요.불도저를 탄 소녀 같은 독립영화풍 영화 중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가 있는 영화를 하나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즐거운 영화생활 되세요^^어지럼증 감독이 동구 출연 김영애, 도지원, 송일국, 김소은 개봉 2014.11.06.어지럼증 감독이 동구 출연 김영애, 도지원, 송일국, 김소은 개봉 2014.11.06.어지럼증 감독이 동구 출연 김영애, 도지원, 송일국, 김소은 개봉 2014.11.06.